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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팩트체크] 2001년 방한 당시 제출한 보고서 전문 확인…박정희 언급 없어
한국의 산업화 성과 인정하면서도 시민사회 참여와 권위적 조직구조 개선 강조
“민주화는 산업화가 끝난 후에 가능하다.이런 인물을 독재자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박정희라는 모델은 누가 뭐라고 말해도 세계가 본받고 싶어 하는 모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다.토플러가 턱을 괴고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에 해당 문구를 넣은 이미지다.실제 토플러가 한 발언일까.
발언의 출처를 추적하던 중 구체적인 날짜를 명시한 언론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2024년 9월 12일 대구신문이 보도한‘세계가 칭찬한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기획기사다.박정희아카데미 부속 박정희연구회가 작성한 이 기사에는 토플러가‘민주화는 산업화 이후에 가능하며 박정희를 독재자라고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발언 날짜는 2001년 6월 7일로 명시했다.다만 장소나 원문 출처는 제시하지 않았다.
날짜를 단서로 당시 토플러의 방한 기록을 추적했다.토플러는 실제로 2001년 6월 한국을 방문했다.6월 7일에는 조선일보가 토플러 인터뷰를 보도했고,이튿날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강연이 열렸다.
특히 6월 7일은 토플러가 김대중 정부의 의뢰로 작성한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을 제출한 날짜이기도 하다.주간경향이 확보한 보고서 영문 원본 첫 페이지에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과 함께 토플러 부부 등의 서명이 실려 있다.이 보고서는 토플러와 그의 아내 하이디 토플러,토플러어소시에이츠의 토머스 존슨 사장이 2001년 6월 7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걸로 되어 있다.
해당 보고서의 영문 원본 101쪽과 국문 번역본 116쪽을 입수해 확인했다.
토플러가 한국의 산업화와 미래 발전 전략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1차 자료다.토플러는 보고서 서문에서 1960년대 한국이 역사적인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산업화를 통해 세계 선진 공업국 대열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으며,워터프런트 세부 시티 호텔 카지노 예약한국인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특히 한국이 다른 국가에서는 수 세기가 걸린 산업화 과정을 한 세대 만에 완성했다고 기술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화 성과를 한국인들의 근면과 지혜,굳은 의지의 결과로 설명했다.산업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재벌의 성장,교육 및 사회보장제도의 변화도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그러나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평가는 등장하지 않는다.
토플러는 당시 한국의 경제발전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보고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분석하면서 산업화 시대의 경제모델이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정부와 재벌의 밀접한 관계가 금융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때문에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는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보고서 50쪽이다.토플러는 산업화 시대의 기업조직이 거대하고 중앙집중적인 관료제 형태를 띠었다고 했다.새로운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의사결정 권한을 현장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구시대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조직의 지도자들이 모든 것을 알 수도,모든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부하 직원이 상급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불충성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63쪽에서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다뤘다.토플러는 시민사회단체가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중요한 협력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환경과 부패,사회정의 등의 문제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 결론에 해당하는 73쪽에서는 시민사회의 의사결정 참여를 경제적·민주적 발전의 조건으로 제시했다.개인의 혁신을 억제하는 관료적 규칙과 정보시스템,권위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변화는 정부 지도자가 위에서 내리는 결정만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토플러가 한국의 산업화 성과를 높이 평가한 사실과 권위적 조직구조의 개선을 주장한 사실은 모두 같은 보고서에서 확인된다.산업화가 완료돼야 민주화가 가능하다거나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적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도 문제의 발언은 확인되지 않는다.토플러는 2001년 6월 7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을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했다.과거의 수출 주도 산업화 전략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새로운 경제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튿날인 6월 8일에는 서울 코엑스 국제회의실에서‘지식기반경제 구현을 위한 국가전략’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당시 경향신문은 토플러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요소로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한 적응 능력을 꼽았다고 보도했다.한국이 정보화 환경에 적응하면 세계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그렇지 못하면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박정희에 관한 언급은 보도된 것이 없다.
토플러는 1980년 출간한 대표작 <제3의 물결>에서도 한국의 정치적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제1장‘초투쟁(Super-Struggle)’의‘황금 투기꾼과 암살자들(Goldbugs and Assassins)’이라는 절이다.
토플러는 집필 당시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열거하면서 한국에서 발생한 암살 사건들을 언급했다.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토플러는 박정희의 이름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으며,앰퍼샌드 토토 코드해당 사건을 국제적인 격변의 사례로 제시했다.박정희의 산업화 정책이나 통치 방식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유통되는 박정희 관련 발언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현재 확인되는 초기 출판 자료 가운데 하나는 2012년 8월 출간된 고정일의 대하소설 <불굴혼 박정희>다.출판사 소개문에는 민주화가 산업화 이후에 가능하며 국가의 발전 수준에 따라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장이 토플러의 발언으로 소개돼 있다.발언이 이뤄진 시기나 장소,원문 출처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후 유사한 발언을 인용한 언론 기고문도 등장했다.2021년 10월 영남일보에 게재된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기고문에는 토플러가 박정희를 독재자로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평가했다는 내용이 실렸다.해당 기고문에도 발언의 원출처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검증에서 확보한 토플러의 저서와 2001년 방한 당시의 보고서,언론 인터뷰 및 강연 보도에서는 인터넷에 유통되는 발언을 뒷받침하는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다.특히 발언이 나왔다는 날짜에 작성된 보고서의 영문 원본과 국문 번역본 모두에 해당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확인 가능한 자료를 기준으로 인터넷에 확산한 발언의 진위는‘원출처 확인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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