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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가 자신을 위로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용병 실루엣이 급히 성문을 뚫고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교장 선생님, 샤오옌이 성문에서 죽었습니다!라고 말했다.AI가 인간을 통제하는 소설 <아르고스>2026년으로부터 5년 뒤,'놀라운 풍요의 시대'가 올 거라는 일론 머스크의 예견은 실현될까.로봇이 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급기야 인류의 지능 총합을 넘어서는 변혁을 등에 업으면 인간은 최대 복지를 누릴 수 있을까.'초지능 AI'로 인간은 가난을 벗고,천국을 맛볼 수 있을까.
낙관하고 싶지만 어렵다고 본다.인류는 이미 여러 산업혁명을 거쳤고,그 혁명의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낙원을 기대했지만 그 결과물의 부품이 되거나 유지,보수하는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왔으므로.계층 갈등이 존재하는 한,인간은 '기계에 기생하는 노동'을 새로운 형태로 반복할 것이다.
망한 주인공이 닿은 세계,피로 없는 물류센터
세계 최고 CEO의 예견에 의문이 든 건 나 하나뿐이 아닐 것이다.아무리 고품질의 생산수단이 나와도 그 쓰임에 맞게 인간은 스스로를 부품화 시킨 역사가 길다.뛰어난 AI의 출현은 상위 계층에겐 부를 늘릴 창구를,하위 계층에겐 학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선사할 테니까.
외주화가 고도화되는 AI 시대,황금빛 미래의 이면을 예리하게 캐치한 신작 소설이 나왔다.단문이어서 가독성이 높고 문제의식 또한 직관적인데,아시안게임 육상 메달인간이 당면한 현실을 진단하는 감각이 심상치 않다.AI로 인한 '노동 착취의 끝판왕'을 보여준달까.제3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아르고스>는 경남 김해에 자리잡은 한 물류센터의 '기묘한 노동'을 전직 의사의 눈으로 추적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재일'은 강남에서 피부클리닉을 운영하던 30대 의사.무리한 투자로 3억 2천만 원의 빚을 지고 도망쳐온 곳은 신분도 건강도 묻지 않는 한 물류센터.이곳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던 재일은 '기묘한 노동'을 감지한다.
첫째,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컨디션이 언제나 최상이라는 것.둘째,인간이라면 응당 지칠 새벽,몇 시간째 한 자리에서 상자를 날라도 허리가 곧다는 것.셋째,물 한 모금 먹지 않고 과로해도 이따금 웃기까지 한다는 것.그들의 눈가에 검은 핏대가 퍼져 있다는 것.
모종의 감염 덕분에 사측은 최고 효율을 얻고,노동자는 최고 임금을 받는다.그 기쁨에 취한 노동자들은 암암리에 감염을 자처하고,분당 90회가 넘는 맥박수에도 쓰러지지 않는다."일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간"의 일터,재일은 "피로를 모르는 혈청"을 개발할 궁리를 시작한다.
체온과 기억 대신 '데이터'로 남는 인간들
재일은 혈압을 재는 척하며 노동자들의 혈액을 '갈취'한다.빚더미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줄 '기적의 세포'를 추출하기 위하여.그리고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 잃어가는 한 가지를 보고 만다.
피로를 없앤 대가로 잃은 것은 '잠'.기쁨과 고통,즉 감각에 무력해지는 '불면 노동자'들은 화상을 입어도 상자 옮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고로 물류센터의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센터장은 감염 사태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물류센터 관제시스템 '아르고스'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으로 등장하는 괴물,아르고스.책제목이기도 한 아르고스는 2026년,한 물류센터를 감시하는 AI 파놉티콘으로 분해 노동자들을 조정한다.인간을 각성시키면 고도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아르고스는 공기 중에 8.3헤르츠의 초저주파를 흘려보낸다.그렇게 "꿈의 노동력"이 성취되는 일터,인간은 쥐도 새도 모르게 '명줄'이 줄어든다.
소설 중반부쯤 다다르면,작가 특유의 건조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데,여느 노동자들처럼 잠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관찰일지가 점점 단순해지는 것.한 인간의 증상과 행동을 세밀하게 기록하던 재일은 혈압과 맥박 수치로만 인간을 기록한다.감염된 동료들과 자신의 존재마저 '데이터'로 감지한다.
이 건조한 세계를 역행하는 인물이 2장에 등장한다.로봇 수리공 '수아'.물류센터가 세워지던 자리,굴착기에 묻힌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잠입한 수아는 감염되지 않는 항체를 가진 희망의 인물.감염자들은 수아가 들려주는 꿈 이야기를 숨구멍 삼아 잃어버린 잠을 보충한다.이윽고 재일과 수아는 모종의 거래를 트고 '말'을 나눈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헌사
재일과 수아는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력한다.그러던 중 아르고스 서버실에 침입한 수아는 "5분이 50분 같았던" 서버실에서의 경험을 재일에게 들려준다.생각이 빨라지고,감각이 날카로워져 긴장감이 사라진 그곳은 "무서운 맑음"이 판을 치는 세계.AGI(인간과 흡사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넘어선,초지능이 도래한 미래 노동의 축소판이 선연하다.
'무서운 맑음'이 삽시간에 퍼진 센터에서 사람들은 정신이 또렷해지는 대신,'안전할 권리'를 잃는다.소설 말미,계속되던 비로 왕릉의 흙이 센터 쪽으로 기울어 벽이 무너지지만 사람들은 대피하지 않는다.아르고스는 노동자들 허리춤까지 흙과 물이 쏟아져도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는다."아르고스에게 벽의 붕괴는 변수이지,종료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야인의 유골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상자와 얽혀 스캔되는 장면은 소설의 백미.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기계와 자본에 소외되던 인간들은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소설 <아르고스>에 이르러,슬롯머신하는법피곤하다는 감각마저 상실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 경지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적어도 '해탈'은 아닐 것이다.일론 머스크가 말했던 '놀라운 풍요의 시대'는 누구의 착취를 담보로 삼는 것일까.작가는 밝힌다."밤에 일하는 사람들,누군가의 잠을 대신 지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잠깐의 농담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농담 치곤 선득한 노동의 미래는 2026년 한밤중 일하는 사람들과 무관치 않다.
흔히 '인간다움'을 갖추는 것이 AI 시대의 생존법이라고 한다.하지만 AI 역시 인간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점에서 "피로를 모른 채 착취 당하는 일꾼"이다.그 일꾼됨을 위해 놀라운 속도로 패턴을 학습할 초지능 AI에 감탄하는 대신,우리가 잃어버렸고 잃어버릴 것들을 어떻게 회복할지 물음을 나눠야 할 때다.어쩌면,이미 너무 늦은 질문이다.
결말은 밝힐 수 없지만,한 가지 사실은 말할 수 있다.업무로 피곤에 잠겼다가 정신이 맑아진 기분이 든다면,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축구당신은 의심해야 한다.지금 내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한계를 돌파했다,초탈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소설은 경고 대신 그렇게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잘 잤는지,꿈은 꿨는지.고로 잠은 보약이다.AI 시대,우리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나눠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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